바다 위를 떠도는 집, ‘바자우족’의 신체적 진화와 수중 생활

동남아시아의 바자우족이 물 위와 물속에서 살아가는 독특한 이중의 삶을 보여주는 스플릿 뷰 사진입니다.수면 위로는 해 질 녘, 깎아지른 듯한 카르스트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열대 바다 위에 지어진 목재 수상 가옥과 가재도구가 실린 전통 배가 보입니다. 배에는 아이들과 여인들이 있으며, 다른 사람이 작은 카누를 저어가고 있습니다. 수면 아래로는 맑은 청록색 바닷속에서 한 남자가 고글을 착용하고 전통 작살을 쥔 채 다이빙하고 있으며, 화려한 산호초와 다양한 열대어 떼가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장비도 없이 깊은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숨을 참으며 사냥하는 바자우족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과학적 신체 변화의 비밀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인류는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바자우족(Bajau)’은 인류가 수중 환경에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들은 평생을 육지가 아닌 바다 위 배나 수상 가옥에서 보냅니다.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수십 미터 아래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이들의 삶은 단순한 적응을 넘어 신체적 진화의 결과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다 유목민 바자우족의 독특한 수상 생활

육지를 거부하고 바다 위 집을 짓는 이유

바자우족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이의 산호초 지대인 ‘산호 삼각지대’에서 주로 생활하는 바다 유목민입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레파레파’라고 불리는 작은 배 위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평생을 바다 위에서 보냅니다.

최근에는 해안가에 긴 나무 기둥을 세운 수상 가옥 마을을 이루어 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모든 일상은 육지가 아닌 바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토나 국적의 개념 없이 바다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는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직 맨몸으로 심해를 사냥하는 방식

바자우족의 주업은 수중 사냥입니다. 놀라운 점은 현대적인 잠수 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직접 나무로 깎아 만든 물안경과 작살 하나만을 든 채 바다로 뛰어듭니다.

일반적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심 60m까지 내려가며, 하루 작업 시간 중 5시간 이상을 물속에서 보냅니다. 이들에게 바다는 위험한 미지의 공간이 아니라, 풍요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상적인 삶의 터전입니다.

과학계가 주목한 바자우족의 신체적 진화

산소 공급을 조절하는 비장의 크기 변화

과학 과학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바자우족은 일반인보다 비장(Spleen)의 크기가 평균 50% 이상 큽니다. 비장은 신체 내에서 적혈구를 저장하고 여과하는 기관으로, 잠수 시 수축하면서 산소를 머금은 적혈구를 혈액으로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장이 클수록 물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많아집니다. 연구진은 바자우족이 유전적으로 큰 비장을 타고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산소통 없이도 장시간 잠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극한의 수압을 견뎌내는 유전적 변이

바자우족의 잠수 능력은 유전자 검사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체내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변이는 급격한 수압 상승과 산소 부족 상황에서도 심장 박동과 혈액 순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잠수를 시작하면 혈액이 사지로 가는 것을 줄이고 뇌와 심장 등 필수 기관으로 집중시키는데, 바자우족은 이 과정이 일반인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일어납니다.

수중 생활이 바자우족에게 남긴 삶의 흔적

오랜 잠수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대가

이들의 경이로운 잠수 능력이 찬사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바자우족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깊은 바다로 잠수하는 과정에서 고막이 터지는 경험을 자주 겪습니다.

일부러 고막을 뚫어 수압 조절을 쉽게 만드는 전통도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든 바자우족 중에는 청력 손실을 겪거나 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수중 생활 방식이 삶에 남긴 무거운 흔적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와 부딪히는 전통 문화의 위기

해양 환경 오염과 국경선 규제 강화는 바자우족의 전통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유목 생활을 하던 이들이 점차 육지로 정착하도록 강요받으면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바다 중심의 문화와 고유한 진화적 특징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현대 사회로의 편입 사이에서, 바자우족은 새로운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1. 바자우족 숙련자들은 산소 공급 장치 없이 한 번 잠수할 때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 물속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보통 1~2분 내외로 숨을 참는 것과 비교하면 과학적으로 놀라운 수치입니다.

A2. 비장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고착화된 유전적 변이 결과입니다. 따라서 바자우족 개인이 육지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당장 신체 구조가 바뀌지는 않지만, 세대가 지나고 수중 사냥을 하지 않게 되면 수백 년 후에는 이러한 진화적 특성이 점차 흐려질 수 있습니다.

A3. 바자우족 역시 감압병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안전 장비 없이 빠르게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기 때문에 관절통이나 두통 같은 감압 증상을 겪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며, 이는 이들의 평균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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